회의실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의사결정권자가 “내 생각에는 이게 더 좋아 보이는데?”라고 말할 때입니다. 많은 리더들이 자신의 직관을 비즈니스 감각이라고 믿습니다. 물론 창업 초기에는 빠른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하는 직관이 강력한 무기가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조직이 커지고 시장이 복잡해질수록, 과거의 성공을 이끌었던 그 ‘감’은 회사의 성장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 됩니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공급자와 소비자의 관점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아무리 해당 산업의 전문가라 할지라도 판매자는 결코 순수한 구매자가 될 수 없습니다. 대표자는 브랜드의 철학이나 심미적 완성도, 자신이 보여주고 싶은 메시지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면 실제 고객은 당장 필요한 정보, 가격, 결제의 편의성을 우선순위로 둡니다. 리더의 취향이 강하게 투영될수록 서비스는 고객이 원하는 본질에서 멀어지게 됩니다. 이는 방문자 수는 많지만 정작 구매 전환율은 낮은 서비스들이 겪는 대표적인 증상입니다.
직관에 의존한 의사결정은 막대한 금전적 손실로 이어집니다. 논리적인 데이터나 구조 설계 없이 “일단 느낌대로 만들어보자”고 시작한 프로젝트는 필연적으로 수정을 부릅니다. 기획 단계에서 텍스트를 수정하는 것은 비용이 들지 않지만, 개발이 완료된 시점에 구조를 변경하는 것은 처음부터 다시 만드는 것과 동일한 수준의 비용과 시간을 소모하게 만듭니다. 검증되지 않은 감으로 내린 결정은 결국 회사의 자원을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성공하는 기업들은 예측 능력이 뛰어난 것이 아니라 검증 시스템이 뛰어난 것입니다. 아마존이나 넷플릭스 같은 기업은 리더의 감으로 화면을 구성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철저하게 데이터를 통해 의사결정을 내립니다. 버튼의 위치, 배너의 문구 하나까지도 A/B 테스트를 통해 고객이 더 많이 반응하는 쪽을 선택합니다. 비즈니스는 예술이 아니라 과학의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리더의 역할은 정답을 맞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가설이 맞는지 데이터를 통해 확인하자고 제안하는 실험 설계자가 되어야 합니다. 직관의 시대는 끝났습니다. 자신의 감을 의심하고, 오직 데이터가 보여주는 고객의 행동만을 신뢰해야 합니다. 그것이 불확실한 시장에서 실패하지 않는 유일한 방법입니다.